마이클 센델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는 우리 사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중요한 철학적 물음으로 여겨져 온 “정의”라는 개념을 다시금 진지하게 탐구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이론적인 논의를 넘어서서, 실제 사회에서 정의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떻게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용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하버드대학교 강의에서 비롯된 이 책은 세계 각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대한민국에서는 EBS를 통해 방송되면서 인문학적 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2010년대 초반, 사회적 가치와 정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점검하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마이클 센델의 강의와 책의 핵심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탐구하는 방식에서 독창성을 띠고 있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정의”를 단순히 이론적으로 설명하거나, 기존 철학적 관점에 대한 이론적 정리만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독자들 또는 수강생들에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철학적 사고를 자극하며,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이끌어낸다. 특히 “철로를 이탈한 전차의 딜레마”라는 유명한 사고 실험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통해 정의와 도덕적 판단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유도한다.

철로를 이탈한 전차의 딜레마

책에서 가장 처음 소개되는 사고 실험은 전차의 딜레마다. 이 사고 실험은 “당신이 전차의 기관사라면, 전차가 다섯 명의 인부를 향해 돌진하고 있고, 이를 멈추기 위해 비상 선로로 전차를 돌릴 수 있다면, 비상 선로에 있는 한 명의 인부를 희생시켜 다섯 명을 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상황에서는 한 명의 희생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마이클 센델 교수는 이어서 또 다른 상황을 제시하며, 도덕적 판단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이제 당신은 전차의 기관사가 아니라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 되었다. 전차는 다섯 명의 인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당신은 그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때 당신은 덩치 큰 남자를 발견하고, 그를 밀어 전차가 들어오는 선로로 떨어뜨리면 전차는 멈추고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남자를 밀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 이 두 가지 시나리오는 동일한 결과를 낳지만, 그 선택의 도덕적 기준은 서로 다르다. 이를 통해 마이클 센델 교수는 도덕적 판단이 단순히 결과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동기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양한 철학적 관점에서의 정의

책에서는 “정의”에 대해 다양한 철학자들이 제시한 이론들을 살펴보며, 이들이 각각의 관점에서 정의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설명한다. 특히 세 명의 대표적인 철학자—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 이마누엘 칸트,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이 중심이 된다. 각 철학자는 정의라는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이는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공리주의는 정의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정의하는 철학적 이론이다.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은 공리주의의 중심 개념으로 “행복”을 내세운다. 벤담은 쾌락과 고통을 통해 행복을 정의하며,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은 사회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벤담의 공리주의를 발전시키면서 고급 쾌락과 저급 쾌락을 구분하며, 질적 차원에서 더 나은 쾌락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마이클 센델 교수는 공리주의가 지나치게 수치적인 계산에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서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사람을 희생시키는 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 이는 과연 정의로운 결정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칸트의 도덕 법칙: 동기와 의무

이마누엘 칸트는 정의를 “도덕적 의무와 이성의 법칙”에 따라 정의한다. 칸트에게 도덕은 결과가 아닌 “동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행동의 도덕적 가치를 그 행동이 초래한 결과가 아닌, 그 행동을 하게 만든 의도나 동기에 두었다. 정언명령이라는 개념을 통해, 칸트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도덕적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행동의 도덕적 가치를 판단할 때, 그 행동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모든 인간에게 존중을 부여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칸트의 의무론에서는 자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사람은 이성적 존재로서 자신의 행동을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내면적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칸트의 이론을 통해, 결과를 중시하는 공리주의와는 달리 “의무”가 어떻게 도덕적 판단을 이끄는지 설명한다.

존 롤스의 정의론: 무지의 장막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무지의 장막”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의를 설명한다. 롤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론을 제시하며, 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롤스의 이론에서 핵심은 “무지의 장막”이다. 이 개념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층, 성별, 인종, 능력, 경제적 상황 등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를 하도록 한다. 즉, “무지의 장막” 속에서 합의된 원칙만이 진정으로 공정하다는 것이다. 롤스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공정한 사회적 규칙을 만들기 위해 이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롤스의 “무지의 장막”은 우리가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는 원칙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공정한 사회는 각 개인이 불리한 위치에 처했을 때도 자신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의 정치적, 경제적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이 이론을 통해, 우리가 공정성과 평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론: 공동선과 목적론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미덕을 실천하여 공동선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는 정의를 “각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덕을 발휘하고 인간의 본성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의는 법적인 규범을 따르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과정에서 실현된다고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목적론적 관점에서 설명하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공동선을 이루고, 그 결과 정의가 성취된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중시하며, 사람들이 미덕을 실천할 때, 사회가 더욱 정의로워진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마이클 센델 교수는 정의가 단지 법적 원칙을 넘어, 사람들의 내면적 미덕과 공동체 내에서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 오늘날의 사회적 의미

정의란 무엇인가?는 단순히 철학적 문제를 다루는 책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실천적 의미를 탐구한다. 현대 사회에서 “정의”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특히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갈등, 법적 정의의 실현 등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정의”를 실현하려면, 단순히 이론적인 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의는 실제로 사회의 구성원들 간에 어떻게 적용되고, 어떻게 공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강의와 책은 그저 이론적 논의를 넘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실용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의가 단순히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실천해야 할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독자들에게 정의와 공정성에 대해 깊이 사고할 기회를 제공하며, 우리가 마주하는 여러 사회적, 도덕적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는 철학적인 논의가 어떻게 일상적인 삶과 연결될 수 있는지, 또한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 저자 :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
  • 발행일 : 2014년 11월 20일
  • ISBN13 : 9788937834790
  • 예스24 : http://app.ac/c3PMaUJ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