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는 예일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죽음(Death)’이라는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강의는 단순히 죽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와 그 끝에 대한 탐색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케이건 교수의 강의는 1995년부터 예일대학교에서 매년 최고의 명강의로 꼽히며, 많은 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통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죽음과 존재: 철학적 접근
셸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을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인간 존재에 미치는 깊은 영향을 탐구한다. 그의 강의는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죽은 후에도 나는 존재하는가?”, “사후에 나의 존재가 지속되는가?” 같은 질문은 죽음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자극하며, 이 물음은 결국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케이건 교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두 가지 주요 관점, 즉 이원론과 물질주의를 소개한다. 이원론은 인간이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관점인 반면, 물질주의는 인간을 전적으로 육체적 존재로 보고, 정신 역시 육체적 기능에 불과하다고 본다. 두 입장 모두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케이건은 그 논리적 틀을 세우고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영혼의 존재를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떤 존재인지를 깊이 성찰하게 된다.
죽음의 본질: 두 가지 관점
케이건 교수는 죽음을 이해하는 두 가지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육체적 관점으로, 죽음을 “몸의 기능이 멈추는 시점”으로 정의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생명은 몸이 살아있을 때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두 번째는 인격적 관점으로, 죽음을 “사고하고, 사랑하고, 대화하는 기능의 종료”로 본다. 이 관점은 죽음을 단순히 생리적 현상으로 국한하지 않고, 자아와 의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는 상태로 이해한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히 이론적인 차이를 넘어서,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결정짓는다. 죽음을 단순히 신체적 현상으로 여긴다면, 삶의 의미를 신체적 생존에만 국한할 수 있지만, 인격적 관점에서 죽음을 이해한다면, 그 삶의 의미는 더 넓고 깊은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죽음이 왜 나쁜가?
죽음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죽음이 나쁜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케이건은 이를 ‘박탈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그는 죽음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우리가 살아 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것들, 즉 기쁨과 성취의 기회가 영원히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죽음은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박탈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케이건은 “죽음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을 때만 해당된다”고 말한다. 죽음 이후에는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에, 죽음이 좋은 것이거나 나쁜 것일 수 있는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우리로 하여금 죽음을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살아 있는 순간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자살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셸리 케이건 교수는 자살에 대해 단순히 “나쁘다”라고 결론짓지 않는다. 그는 자살을 합리성과 도덕성이라는 두 기준을 통해 세심하게 분석한다. 우선 합리성을 기준으로 살펴볼 때, 자살이 때로는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삶의 질이나 주어진 상황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고통이나 무의미함이 극단적인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 측면에서도 케이건 교수는 자살을 간단히 판단하지 않는다. 도덕적 평가가 주로 결과에 기반한다고 할 때,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자살이 모든 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기준으로 행위의 도덕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무론적 관점에서는 자살을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 이 이론은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며, 자살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또한, 케이건 교수는 “온건적 동의 이론”을 통해 자살의 도덕성을 또 다른 시각에서 평가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특정 상황에서 무고한 사람의 동의가 있을 경우, 자살은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자살은 그 행위가 발생하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도덕적으로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복잡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영생에 대한 성찰
영생이라는 주제도 케이건의 철학적 탐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영생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단순히 ‘영원히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라는 문제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케이건은 영생을 삶의 연장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것이 삶의 질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 사유한다. 특히,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영생하는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영생이 오히려 삶의 무의미함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영생이 삶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무한한 반복과 변화 없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삶의 가치를 점차 상실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영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삶의 가치와 의미
죽음을 돌아보며 케이건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그는 죽음을 반드시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음을 앞두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바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그는 삶의 가치에 대해 여러 가지 철학적 관점에서 사유하며, 쾌락주의와 고통의 문제, 그리고 ‘그릇 이론’ 등을 소개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어떻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결국, 셸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 강의는 단순히 죽음에 대한 이론적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가치 있는 고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케이건 교수의 교훈은 이렇다. “죽음은 너무 빨리 다가오지만, 삶의 기회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 우리는 죽음을 인식하면서,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철학적 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Death)”
- 저자 : 셸리 케이건 (Shelly Kagan)
- 발행일 : 2023년 2월 24일
- ISBN13 : 9788901269092
- 예스24 : http://app.ac/yj6wj2a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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